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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따른 악곡의 형태에 대하여 (Musical Form and Content)

  • seungyonkimcomp1
  • 2017년 11월 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22일


작곡가로서 음악작품의 내용의 성격과 규모에 따른 악곡형태와의 관계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찰한 내용임을 밝혀둔다.



규모와 구성방식에 따라 소품, 모음곡, 다악장 곡, 작은 규모의 단악장 곡, 일반적인 단악장 곡, 큰 규모의 곡으로 구분한다면, 그 중, 모음곡, 다악장 곡, 일반적인 단악장 곡, 큰 규모의 곡은 대략적으로 어떤 식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내용을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 윤곽이 잡혀있다.


- 소품: 한가지 대상-개채-존재를 크로키 적으로 어떤 순간적인 인상이나 느낌, 움직임 등을 잡아낸 것으로서, 혹은 어떤 하나의 측면의 어떤 국면, 혹은 다양한 측면을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것 등의 내용에 적합하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시간성을 가지지만, 그것이 단지 움직임을 묘사하는 정도에서 끝나거나 하는 식으로 서사성으로 확대되지 않고, 곡 내부의 소재들은 비인과적 관계를 갖는 식으로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어떤 대상의 특성(울림의 특질이나 움직임 등) 자체를 드러내거나, 그것의 변화 자체를 포착하여 드러내는 것 2)서사의 한 국면만을 드러내어 그 국면의 정념의 극화를 노리거나 또는 드러난 국면으로부터 드러나지 않은 국면들로의 확장을 내용으로 삼는 것 3)소재나 대상들이 관계를 맺는 순간이나, 관계를 맺지 않음, 또는 관계성이 변화하는(변화하려는) 순간을 포착해 내는 것, 등이 내용이 된다.


기본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착되는 ‘순간’에 중심이 놓이며, 그 순간과 다른 부분, 혹은 드러나지 않은 가정적 부분 사이의 고정되지 않은 관계성과 그것이 주는 미묘한 느낌이 내용이 된다. 정말 최소한의 규모에서, 어떤 순간을 포착해내기위해(드러나게 하기위해), 필요한 정도가 되는 규모까지, 그 범주는 좁지 않다.


개인적으로 작성한 단편 시놉시스가 이에 해당하는데, 드러내고자 하는 내용을 드러내기 위해 한두가지의 소재가(여기서는 두가지) 등장하며, 이것의 관계성이 포착되는 순간과, 그 직후에 소재가 나타나는 맥락과 소재의 지향성이 드러나는 순간까지가 구현되는 곡의 순간이 된다. 이것을 드러내는 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는 인지를 위한 과정이지, 인과를 구축하는 과정이 아니다. 주된 내용이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는 두 소재 사이의 관계성에 위치하기에, 감상자가 그것에 대해 인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곡의 길이로 요구되는 것 뿐이다(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그것이 위치한 맥락을 드러내는 것이 관계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전개로 읽힘으로써 소품이 아니라 소규모 단악장 곡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그렇게 될 경우 이 내용이 가지는 특색이 흐려지기 때문에, 시간성-인과관계가 결여되는 소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시놉시스에는 맥락과 상태, 접촉의 순간, 무언가에 대한 포착은 있으나, 그 어떤 시간적 변화도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


소품의 길이는 1분 이하에서부터 5분(혹은 빠르기 등에 따라 그 이상)까지 가능한데, 길이가 어느정도 될 수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연주용 작품의 길이가 1~2분이 될 수는 없으므로, 작품 자체가 묶음의 형태가 될 것이다.



#소품을 모은 것과 모음곡의 차이

: 만약 어떤 순간을 포착한 곡을 쓰고, 그러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순간들을 담은 곡들을 더 써서 묶는다면 소품이, 어떤 순간순간들 사이의 관련성 자체에 주목하여 곡을 쓴다면 모음곡이 될 것이다.

예로, <삶의 순간들>이라는 제목으로 곡을 쓸 때, 곡들의 내용이 어떤 순간들의 느낌들에 맞추어져 있다면 소품집이 되고, 순간들 사이의 어떤 관련성을 통하여 삶의 어떤 측면에 대해 드러내고자 한다면 모음곡이 될 것이다.


- 모음곡: 에피소드식? 희박한 연관성과, 그 사이에 놓이는 내용.

각각의 곡들은 기본적으로 독립성을 갖추고 있고, 각각이 특색있지만, 하나의 곡에 드러나는 내용들 자체보다는 그 사이의 관계성, 혹은 전체로서 암시되거나 드러나는 내용이 핵심이 된다.* 따라서 핵심적인 내용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점에 위치하게 된다. 서사가 아닌 관계성에 의해 내용이 드러나게 되므로, 순서는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을지라도 내용의 핵심을 드러내는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

<라쇼몽>이나 <지리멸렬>, <오!수정>에서 이러한 구성을 볼 수 있는데, 각각은 그 자체로서는 핵심적인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그것이 함께 모여있을 때에만 그 관계-관련성으로부터 의미가 드러난다. 여기에 순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슈만의 모음곡에서 보다 전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애초에 모음곡의 전신이 실내소나타로서 특정 조에 다양한 춤곡을 묶은 것임을 생각하면, 각 곡 자체의 특성을 묶는 외부적인 무언가가 있다. 거칠게 말하자면, 바로크의 모음곡의 테마는 ‘춤(판.)’이라는 것이고, 슈만 모음곡의 테마(라기보다는 컨셉?)은 어린이 정경이라든가, 카니발이라든가 하는 식이 되는데(또는 다른 낭만 작곡가들을 생각하면 오페라나 발레음악의 발췌곡이라든가), 여튼 이런 식으로 어떤 (음악 내적인 것과는 무관한)테마가 있다.


**<라쇼몽>이나 <오!수정>에서 하나의 사건에 대해 누구의 말을 먼저 듣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리멸렬>에서 개개인을 보여주기 전에 인물들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던가, 함께 나타나는 에피소드가 각각의 인물이 등장하는 각각의 에피소드 사이 어딘가로 순서가 바뀌었을 때, 그것이 주는 느낌은 좀 다르게 될지언정, 그 내용이 바뀌지는 않는다.



- 다악장 곡:  다악장을 선택하는 기본적인 조건이 될 만한 것은, 악장배열에 의해 발생하는 순서, 곧 ‘시간성’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악장이 배열된 순서에 의해 내용이 드러나게 되거나, 악장들이 순서대로 전개됨에 따라 내용이 발전, 변화되어 나가는 경우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서사성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온전히 서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서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시간 상에서 유기성을 띠는 것인데, 그렇다면 다악장으로 분리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악장의 특성은 악장들이 가지는 독립성과 동시에 그 배열이 가지는 순서나 시간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이는 1)배열로서, 즉, 그것이 순서에 의한 맥락은 가지지만, 인과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것은 아닌 것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드러내려는 경우, 또는 2)어떤 개별적인 것들에 작용하는 인과적이거나 시간성을 띠는 무언가를 드러내려는 경우, 등에 유효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단계’와 같은 것은 1)의 예가 된다. 각각의 단계는 그만의 특성을 가지며, 개인의 삶과는 달리, 그 자체에 직접적 인과는 없다. 그러나 각 악장들, 각 국면들이 그리는 전반적인 양상—태어나서 성하고 다시 노쇠하여 죽음을 맞는—이 존재하므로, 서사와는 다른 종류의 어떤 시간성이 존재한다.


만약, ‘사람들의 삶에 드리우고 있는 무언가’를 내용으로 한다면, 개개인들의 삶은 시간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모음곡이 될 것이지만, ‘어떤 한 개인의 삶에서 삶의 어떤 때에 지배적으로 드러난 것을 그의 삶에 걸쳐 추적하는 것’은 다악장으로 드러낼 수 있다. 이 경우, 단악장으로 구현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그의 삶 전체를 연대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유의미하지 않으며, 거기서 무의미한 부분들을 제하고 나머지 부분들을 포착만 하는 식으로 한다면, 그것이 드러나는 어떤 특징적인 연대들만을 다룸으로써 더 인상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과 2)의 결합이 된다.


‘어떤 것이 어떤 서로 무관한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인과적 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것’, 예를 들면, ‘선의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가’와 같은 것들은 2)에 해당하는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 개개인들은 어떤 접점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선의의 행동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것이 다음으로 건너갔을 때, 서로 무관한 사람이 될 것이다. 개개인은 독립되어 있지만, 그 사이에는 선의, 혹은 선의에 의한 행위라는 상호작용이 존재하며, 이것은 연쇄를 통하여 그 작용이 더욱 커지거나 여러 단계를 거쳐 퍼지므로 인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의 양상을 곡으로 드러낸다면, 각각의 악장은 개개인의 사람들의 삶의 궤적이 될 것이며, 선의가 전달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악장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인과적 관련성이 된다. 개별적인 악장들을, 그 악장들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내용이, 그 배열에 따라 인과적이거나 시간성의 띠는 변화를 가지고 드러나는 것이다.


#모음곡과 다악장 곡의 차이

: 모음곡 또한 전체를 연주할 경우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연주하지만, 기본적으로 각각이 어느정도 완결성이 있는 상태가 전제되며, 곡 간의 내적 연관성이나 배열에 따른 어떤 내용의 발전 등은 근본적으로는 그다지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악장 곡의 경우, 전제되는 연주형태 또한 기본적으로 전악장 연주이며,**  악장 간의 연관성이 기본적으로 고려된다. 따라서 악장으로서 어느 정도의 완결성은 요구되지만, 각각의 완결성 보다는, 그 배열에서 나오는 내용의 전개나 심화 등이 더 중요하다.***


또한 다악장 곡의 경우 기본적으로 내적 연관성이 전제되는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모음곡이라고 해서 내적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악장 곡에서의 모음곡과의 내용 상의 가장 큰 차이는, 연주회에서 다악장 형태인 소나타가 연주회의 주요 레파토리로 올라오게 되는 고전 이후, 대략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초중기는 제외하고 베토벤 이후부터는, 단지 악장 간의 연관성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서 악장의 진행에 따라 내용이 전개되고 심화되는 형태로 발전되는데서 나타난다(베토벤 교향곡 5 & 9번, 고별소나타 등. 이는 말러의 교향곡이나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6번과 같은 여러 형태로 발전 혹은 변화된다). 전체가 유기적이게 되는(낭만시대의 음악방향을 고려하면 꼭 그렇지도 않지만) 방향으로 이 변화가 계속되어 대규모 단악장의 악곡형태로 넘어가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악장이 아니며 모음곡도 아닌 형태의 곡을 쓴다면, 그러한 형태가 내용을 드러내는데 필요 혹은 적합해야 할 것이다.


모음곡도 함께 연주된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는 연관성을 갖게된다. 그러나 그것은 같이 연주된다는 어떤 공간적인 측면이지, 그 배열이 내용의 주가 되지는 않는다. 과장해서 말하면, 함께 연주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기에 순서가 바뀌더라도 내용에 큰 변화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슈만 모음곡 카니발을 생각해본다고 하면, 그 안의 곡들 사이에는 내적 연관성도 있으며, 첫 곡과 마지막 곡은 그 위치에 따른 역할 또한 있다. 그러나 중간의 곡들을 살펴보자면, 비록 그 전후에 배치된 곡과 인접성에 의한 영향을 받을 지언정, 그것의 순서가 어떤 주요한 내용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다악장으로 된 곡, 예컨대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악장 순서를 바꾼다면, 처음과 끝은 놔둔다손 쳐도 2악장과 3악장을 바꿔버린다면, 1악장의 격렬함에 이어지는 무거운 2악장으로부터 점차 움직이는 3악장을 거쳐 승리의 피날레로 이어지는 진행의 맥이 끊어져버린다.


따라서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전체 곡을 구성하는 악곡/악장들의 배열로 인해 생기는 시간성이 내용을 드러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또는 그렇지 않고 그 배열 자체는 내용을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으며 추상적이거나 음악 외적으로 연결된 악곡들 사이의 관계성에서 내용이 드러나는가, 이 차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슈만의 모음곡들이나,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와 같이, 전체가 프로그램적으로 묶여있으며 그에 따라 전체 내용을 환기하는 도입 혹은 피날레와 같은 코다로서의 곡이 존재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것이 곡들이 전개되면서 무언가가 발전되거나 내용이 전개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모음곡도 프로그램의 주요한 레파토리로서 올려질 경우는 전곡 연주가 기본이지만, 경우에 따라 단곡으로 혹은 일부만 연주되기도 하는데,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작은 규모의 곡이 프로그램 사이에 가볍게 들어가거나, 때로는 앵콜로 모음곡 중 한 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Bach의 Chaconne와 같이 한 곡 자체가 규모와 무게가 있어 그 자체만 연주되는 경우 등도 있다. 그러나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소나타와 같은 다악장의 곡 중에서 한 악장만을 연주하는 경우는 없다.(앵콜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교향곡이나 소나타가 프로그램의 마지막이었다면, 그 중 한 악장을 다시 연주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조차도 이미 상당히 예외적 상황이다.)


***그에 따라 악장을 연결하는 attaca가 나타나 그 악장만으로는 맺음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다른 악장에 비해 규모가 작아 종속적이거나 보조적인 위치에서 어떤 주된 내용을 강화하는 악장이 등장하는 등, 온전한 완결성을 보이지 않는 악장들도 나타난다.


- 작은 규모의 단악장 곡: 단악장 곡에서는 시간-인과-서사성이 주된 내용을 드러내는 것으로서 작용한다. 그럼에도 이 규모에서는 서사적인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생략, 혹은 오히려 생략이라기보다 일부만 드러나는. 그러나 순간을 포착하거나, 어떤 관계성이 발생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인 소품과는 달리, 시간-서사성이 작용하는 최소한에 가까운 규모를 가진다. 어떤 과정에 대한 기록 혹은 스케치(크로키는 아니다), 서사나 인과의 어떤 부분, 어떤 불완전한 서사, 열려있음을 통해 드러나는 어떤 내용 등이 이 규모의 곡의 특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략 5분 이상 10분 이내.

 

- 일반적인 규모의 단악장 곡

: 의미적인 측면으로 들어가, 그것이 가지는 깊이와 입체성을 드러내고자 하기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존재가 가지는 복잡성과 다층성 때문에, 규모가 작아지기 어렵다. 이에 더하여, 그것이 가지는 어떤 개별적 역사—인과와 개인적 시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자면 더욱 그렇게 된다.

대략 12~15분 내외. 곡에서 무언가를 단지 포착하여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서사성을 갖추고 그 자체가 생동함과 역동을 가지고 연관성을 담지하며 내용을 드러내려면, 최소 이정도의 규모가 된다.



# 큰 규모의 곡에 대하여

: 일단 큰 규모가 된다는 것 자체는, 시간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극에 이르기까지 운용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포착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그것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그것이 다른 관계들과 엮여지고, 그렇게 형성된 관계들이 상호작용하며, 그 모든 것에 격변이 일어나고, 무너지고, 혼란해지고, 새롭게 정립되는, 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 내용을 드러내기 위해 동원되는데, 그러한 곡이라는 것은 곧 그것이 가지는 내용이 그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야 드러나는 내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특성이나 순간을 잡아내는 데는 서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더하여 서사성이 소설 외의 장르에서는 현대적이거나 예술적인 것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사가 없이는 담지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규모에서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규모로 해야만 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존재 자체의 ‘어떤 측면’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 존재함 자체에 대한 추적 뿐일 것이다.


만약, 어떤 종류의, 혹은 어떤 순간에 드러나는, ‘인간의 연약함’이 주제라면, 작은 규모의 곡에서 충분히 유의미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한 아픔’, 그 아픔에 자체에 대한 것이나 그것을 견뎌내는 삶의 어떤 모습이 주제라면, 그를 드러내기 위한 일정 이상의 규모가 필요할 것이다. ‘인간이 그 존재 자체에 내재된 연약함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삶’에 포커스를 맞추어 그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고, 그것이 이해되려면, 그것이 갖는 의미에 맞는 규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측면이 아니라 전체, 본질로 다가갈 수록, 존재의 복잡성으로 인해 상호작용하는 많은 측면들을 담아내기 위해서 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2017. 11. 4.


KR © 2017 김승연(Seungyon Kim). 출처 표기 인용 가능 /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N © 2017 Seungyon Kim. Quote with attribution. No reproduction or redistrib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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